[세월호 참사] “혼자서 슬퍼마세요…나눠야 이겨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던 순간, 난 회사에서 바쁘게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희생자들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느낄 틈도 없이 돈을 벌기 위해 돌아서는 내 모습이 마치 괴물처럼 느껴졌습니다.”
지난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의 한국 비폭력대화(NVC)센터. 세월호 희생자 가족은 아니지만 참사 이후 저마다의 이유로 고통받아온 20여명의 참가자들이 내면에 쌓인 고민과 분노, 슬픔을 나누고 있었다. 세월호 사고와 이후 수색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감정을 말하는 순간, 울컥하는 감정을 억누르지 못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대부분 “처음에 뉴스를 보고 절망스러웠고, 믿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마치 세월호 안에 갇힌 느낌이 들어서 답답하고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날 모임은 지난달 16일 세월호가 전남 진도 해역에 침몰한 이후 온 국민이 절망과 무기력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것을 안타깝게 여긴 캐서린 한(70·여) 한국NVC센터 대표가 기획한 ‘애도와 성찰프로세스’. 국민 모두가 가해자이자 피해자가 돼 고통받는 상황에서 서로 위로하고, 앞으로의 삶을 위해 각자 할 수 있는 행동 계획을 탐색하고자 마련됐다.
한 대표는 “결코 혼자 슬퍼해서는 안 된다. 충분한 시간 동안 함께 애도해야 더 나은 사회를 위한 성찰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세월호 희생자들의 죽음을 헛되지 않게 하려면 자책과 우울, 분노를 넘어서 구체적이고 긍정적인 행동의 변화를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표는 20여년 전 국제 평화단체인 비폭력대화센터(CNVC·The 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의 설립자이자 임상심리학자인 마셜 로젠버그를 만나면서 ‘비폭력대화’를 접했다. 한국 NVC센터는 사람들이 비폭력대화의 정신을 배우고 실천하는 것을 지원함으로써 갈등을 평화로운 방법으로 해결하는 것을 돕기 위해 2006년 설립됐다.
한 대표가 각자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와 앞으로 살고 싶은 사회에 대해 의견을 묻자 참석자들은 ‘신뢰’라는 단어를 우선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공동체의 구성원들끼리 서로 걱정하고 보듬어줄 수 있는 사회, 물질적인 것이 아니라 사람의 생명과 안전 등 기본적인 가! 치가 가��우선시되고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싶다”고 말했다.
한 대표가 참석자들에게 앞으로 자신이 살고 싶은 사회를 만들도록 하기 위해 무엇을 실천하겠느냐고 물었을 때에는 “남편과 아이의 눈을 바라보면서 이야기를 하겠다” “타인에게 내가 먼저 인사를 하겠다”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겠다”는 등의 구체적인 다짐이 쏟아졌다. 한 대표는 “사실 참석자들이 말한 계획들이 거창하지 않지만 이것이 우리의 희망”이라면서 “집단행동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개인의 행동에 변화가 일어나지 않으면 우리 사회도 절대 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모임이 끝난 이후 한결 밝아진 표정으로 자리를 나선 참석자들은 한 대표와 포옹을 하거나 악수를 청하면서 “무거운 주제였지만 마음이 한결 가볍고 편안해졌다”고 말했다. 참석자들의 이 한마디가 삶의 원동력이라고 표현한 한 대표는 “앞으로도 시민들이 함께 애도하고 성찰하면서 앞으로 나가는 힘을 되찾아 삶을 풍요롭게 하는 데 기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 사진 조희선 기자 hsncho@seoul.co.kr |
2014-05-3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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