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하고 의연한 나무들
헤르만 헤세의 정원일의 즐거움 중에서 발췌합니다. 나무들은 마치 고독한 존재와 같다. 나약함 때문에 현실을 피해 은둔한 자들과는 다르다. 나무들은 베토벤이나 니체처럼 위대하고도 고독하게 삶을 버티어 간 사람들 같다. 나무 꼭대기에서는 세계가 윙윙거린다. 나무뿌리들은 무한 속에 안주하고 있다. 그 사이에서 나무들은 모든 생명력을 끌어모아 오직 한 가지만을 위해서 분투한다. 그것은 바로 나무들에 내재해 있는 고유한 법칙을 따르는 일이다. 나무들 본래의 형상을 완성해 나가면서 스스로를 표현하는 일이다. 아름답고 강인한 나무보다 더 성스럽고 더 모범이 되는 것은 없다. 어떤 나무는 톱에 잘린 채 죽어가면서 상처를 햇빛 아래 훤히 드러낸다. 그 때 잘린 둥치의 희멀건 부분, 묘비가 되어 버린 그 상처 위에서 나무..
2021.06.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