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6. 10. 11:00ㆍ기린 학교 /교육 후기
"아기업고 공부할 수 있는 기린마을을 꿈꿔봅니다"
2015. 5월. 글. 모미나
NVC 1단계 첫 수업날
강의장에 들어서자 젖먹이 아기가 있었고 우리 모두 미리 예고 받지 못한 상황이었다.
"아마도 좀 당황하시거나 궁금하신 분도 있을 듯한데, 필요하다면 이에 대해 수업 안에서 이야기할 기회가 있을 겁니다. 저도 모르고 왔지만 저는 환영합니다. 아기 엄마가 공부를 하는 일이 어렵고, 이를 지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라고 의견을 밝히고
시작하는 명상을 한 후 '초대'의 시를 읽었다. 이때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저는 아기가 있는 것이 불편해서 수업을 할 수가 없습니다. 저는 저 자신을 위해서 왔고 아기가 우는 통에 집중을 할 수가 없어요"
지금이 다루어야 할 때였다. 아기 엄마가 자신이 아기를 데리고 온 이유를 설명했고 모두의 마음이 어떤지 듣기로 했다.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수업을 선택한 모두의 권리가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어려움을 솔직히 표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상황에 대한 자신의 솔직한 마음과 아기와 공부를 함께 할 수 있는지 어려운지에 대한 각자의 의견을 말씀해주세요. 다만 다수결로 결정하지 않고 모두의 필요와 마음을 보살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어떤 도덕적 판단 없이, 또는 혼자만 다른 의견일지라도 솔직한 마음을 듣고 싶습니다. 여기 있는 '동의 척도'를 이용하기를 제안해요. 우려되시는 점은 대안을 모색할 수 있도록 모두 칠판에 써두겠습니다."
열여섯 사람이 모두 돌아가며 의견을 이야기했다. 불편을 표현했던 한 사람만 반대 1을 선택했고 나머지 15명은 동의(15명은 7-전적인 동의와 6-약간 염려되지만 동의에 분포했다.)했다.
6에 손을 든 이들은 다음과 같은 염려를 표현했다. "엄마는 선택한 일이지만 아기가 괜찮을지 모르겠다. 유모차나 장난감이라도 있으면 좋겠다." "지금은 기꺼이 동의를 하지만 아기가 크게 울면 집중하기 어려울까 걱정된다." "엄마를 지원하고 싶지만 내가 후회하지 않을지 자신이 없다. 지금도 내 걱정을 표현하려니 심장이 막 뛴다."
여기까지 듣던 아기 엄마가 손을 들었다. "제가 너무 제 생각만 했나 봐요. 사람들의 의견을 듣다보니 제가 다른 사람을 배려하지 못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제가 아기를 데리고 온 것이 이토록 여러 사람을 고민에 빠뜨릴지 몰랐어요. 저에게 한 가지 아이디어가 있어요. 아기 돌봐줄 사람을 구해 데리고 올게요. 수업하는 동안 밖에서 아기를 봐주고, 아기가 많이 울면 제가 나가 보살필게요." 사람들이 탄성을 내었고 우리는 ‘아기와 함께 공부할 수 있는가’ 하는 의사결정을 멈추어도 될 것 같았다.
그 순간 처음 반대를 했던 이가 말했다. “저는 그렇다 해도 다른 수업으로 옮기고 싶어요. 그게 좋을 것 같아요” 짧은 순간의 침묵이 있었다. “함께 공부하지 못하는 것이 저는 조금 아쉽지만 선생님께 그것이 도움이 되시겠다면 수업을 바꾸실 수 있도록 돕겠습니다.” “그렇게 해주세요..그럼 지금 나가야 할까요?..어떻게 하지... ...” “어떻게 해야 할지 확실해질 때까지 여기 계시는 건 어때요?” 공간에 약간의 웃음이 일었고,
다시 다른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저는 이 두 분 모두가 탐이 나요. 아기를 안고도 공부하고 싶은 절박함과 용기도 응원하고 싶구요. 불편한 것을 솔직하게 표현해준 저 분의 용기도 정말 멋져요. 저는 불편할 때 그냥 참지 표현을 잘 못하거든요. 저 두 분과 같이 공부하고 싶어요.”
각자의 선택은 드러났고 숙성될 시간을 갖고 싶었다. 잠시 명상을 제안했다. 그 시간 동안 새로운 표현들이 우리 안에서 소화되고 또는 변형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나의 표현은 내면의 솔직함과 잘 연결되어 있었는지, 혹시 돌보지 못한 것이 남았는지,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선택이 바뀌는지 살펴봅시다. 그리고 우리가 나눈 20여분의 대화에서 축하나 애도할 것이 있으면 나누어주세요.”
잠시 후 여러 사람들의 축하와 감사가 이어졌다.
“의견이 다를 때 누군가 이기고 지는 게 아니라 대화로 함께 풀어가는 걸 저는 처음 본 것 같아요. 정말 감동적이에요”, “NVC배우러 온 첫 시간인데 NVC가 무엇인지 제대로 맛을 본 기분이에요”, “갈등이 이렇게 풀릴 수 있다는 것이 놀랍고 우리가 자랑스러워요”, “이분들과 뭔가 훨씬 가까워진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마침내 수업을 바꾸겠다고 했던 이가 이어받았다. "저에게도 새로운 경험이 될 것 같네요. 아기가 있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연결’에 몰두하자 자연스럽게 ‘해결’이 따라온 살아 있는 경험, 멋진 시작이 되었다.
“자, 이제 NVC의 목적이 무엇인지 살펴볼까요? “
그리고 꿈틀꿈틀 구체화되는 꿈
며칠 후 센터 스텝들과 점심식사를 나누며 이 날의 이야기를 나누었다.
“또 아기를 데리고 오고 싶다는 문의가 오면 어떻게 하죠?”
“참가자들에게 예상되지 않는 상황이니 선택하실 수 있게 미리 공지되면 좋겠어요”
“아기 돌보미를 데리고 오시는 경우는 자비가 드시겠죠? 얼마나 들까요?”
“교육원에서 지원할 수 있음 좋겠지만.. 그럼 비용이 많이 들겠죠? 공부하고 싶은 아기엄마들이 많을 텐데..어이쿠야..”
“네트워크를 통해 자원봉사나 비용을 후원받으면 어때요?”
“와! 우리는 사람이 많으니까 가능하겠는데요?”
“그럼 아예 아기 엄마가 올 수 있는 수업을 정해서 열어도 좋겠어요.!”
여러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하나의 경험이 구체적인 형상을 가진 꿈으로 만들어져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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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과정에 함께 한 수요일 아침 NVC1 수강생분들과 한국NVC센터의 마몸, 재경, 창원샘께 감사드립니다. 이 이야기가 시작이 되어 현재 엄마와 아기가 함께 하는 수업 개설에 대한 논의가 강사회의와 운영회의에서 진행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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