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나요? _ 법원 조정실에서

2018. 8. 1. 17:05기린을 위한 주스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나요?

 

권 영 선




가사사건을 조정하기 위해 법원 조정실에 있노라면, 나의 안타까운 마음을 진정시키려 애 쓰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 중 하나가 당사자들이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 제기한 소송이 결과적으로 자신의 기대와 멀어지게 되는 것을 볼 때이다.


한 예로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방법으로 이혼 소송을 택하는 아내들을 만날 때가 있는데, 이 경우 아내가 원한 바대로 혼인관계가 유지되는 것을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하지 못했다. 그 때 아내가 바라는 것은 남편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고 용서를 빌기를 바라는 마음이었으나, 결과는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소송에서는 결국 이기는 자와 지는 자를 가리게 되어 있으므로 당사자들은 이기기 위해 자신이 힘들었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기억들(주로 상대방의 말과 행동)을 최선(?)을 다해 소장에 열거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은 이전보다 더 큰 상처를 주고받음은 물론이다. 이런 상황은 내가 조정실에서 주로 당사자들이 상대방에 대한 실망감과 분노, 억울함을 호소하는 말들을 듣게 되는 이유가 되기도 한다. 따라서, 소송은 길어 질수록 소송을 제기 하기 전보다 두 사람 사이를 더 멀어지게 함은 두 말할 필요가 없다.

 

누구나 원하는 것이 있을 때, 그것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떠 올리고 그 중에 하나를 선택하게 된다. 그런데, 지극히 당연하게 들릴 수 있는 이 말이 잘 되지 않을 때가 있음을 우리는 삶을 통해 알고 있다. 특히, 감정이 휘몰아치는 상태에서 무언가를 결정하려 할 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의사결정을 하기보다 상대를 비난하고 벌주려 하는데 우리는 힘을 쓰게 된다.


3년 전 지금은 폐지된 간통죄가 적용되고 있을 때, 외도를 한 남편을 상대로 이혼소송을 제기한 아내가 있었다. 그들은 변론기일(재판)2번 거치고 조정실에 왔는데 남편이 이혼에 동의한다는 말을 하자 아내가 말했다.

 

아내: “내가 이혼소송을 한 건 저 사람이 다시 돌아오길 바랬기 때문이예요. 나는 아직도 남편을 사랑하고 있어요. 저 사람이 원한다면 당장 소송을 취소할께요.”

결혼 4년차인 젊은 아내의 울음 섞인 절규였다.

 

남편: “, 말도 안 되는 소리 하고 있네!! 이게 지금 장난이야?!!”

 

아내는 이혼하려는 의사가 있어서 소송을 제기 했다기보다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겁을 주면 자신에게 싹싹 빌고 고개를 숙이며 들어올 줄 알았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생각과 다른 남편의 반응을 보자 당황한 아내가 한 말이었다. 조정 중 아내와 따로 얘기하는 과정에서 아내는 남편에게 이혼하자고 겁을 주면 돌아올 것이라는 주변사람들의 조언을 듣고, 이혼소송을 한 것이었는데, 예상과 달리 남편은 점점 더 멀어져만 간다고 힘들어 했다.


, 남편 역시 그런 아내가 밉다기 보다는 자신이 한 행동에 미안한 마음은 가지고 있으나, 다시 합치기에는 겪은 일들이 너무나 많다고 했다. 우선, 그동안 자신을 다그쳤던 처갓집 식구들을 다시 볼 자신이 없고, 소송 과정에서 본가의 부모님들께도 너무 많은 상처를 입게 하여 부모님 뵐 면목이 없으며, 또 부모님이 아내를 다시 보는 것을 힘들어할 것 같다고 하였다. 지금까지 온 길을 되돌아가고 싶지 않을 만큼 너무 고통스럽다고 하였다.

아내는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소송을 선택했으나, 결국 그들은 이혼을 하기로 합의하고 조정절차는 마무리되었다. 조정이 끝나고 소회(所懷)를 들어보니 남편은 아내에 대한 미안함과 이제는 소송이 끝났다는 후련함을 아내는 지금은 너무 혼란스럽고 지난 일들이 후회가 된다고 말하였다.

 

아내는 무엇을 후회하고 있는 걸까? 그녀에게 물어볼 기회가 없어 묻지는 못했으나 조정 후 내 안에 남겨진 질문이었다.

외도한 남편을 용서하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것일까? 아니며, 남편에 대한 배신감이 큰 만큼 더 벌을 주지 못한 것이 후회되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소송을 선택한 것을 후회하는 걸까? 아마도 그것은 그녀만이 알리라.


어쨌든 내가 들은 것은 그녀는 이혼을 원했던 것이 아니며, 남편과 결혼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이혼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 말을 통해 그녀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선택했던 방법을 아쉬워하고 있구나라고 생각했다. 참말로 아이러니한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사랑하는 남편과 살고 싶어 이혼을 하자고 소송을 제기하다니... 혹자는 이해할 수 없다 하겠으나, 이런 경우들을 법원에서는 가끔씩 볼 수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삶이란 매 순간 각자가 선택한 점들이 이어져 하나의 선을 이룬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 찍은 한 점은 과거 어느 날 찍은 점의 결과물이기도 하고, 동시에 미래에 찍을 점에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어느 순간에 어떤 점을 찍느냐는 자신의 선택에 달려 있다. 그 선택은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았을 때, 비로소 아쉬움 없는 한 점이 되지 않을까?

 


나는 오늘도 점 하나를 찍고 있다.

 

나는 지금 무엇을 원하고 있는가?

 

,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가?

 

멈춤의 순간이다.

 

여러분은 지금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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