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온 편지

2014. 5. 14. 14:06기린 Life

스마일키퍼스 프로그램을 마치고...

 

유한공업고등학교 교사 정동혁

 

먼저 이렇게 좋은 프로그램을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신 한국비폭력대화센터에 감사를 드립니다.

요즘 학생들은 이전과 많이 다르다고 합니다. 새로운 인류라고 할 정도로 좋은 관점에서의 이야기도 있지만 주로 언어생활과 감정적인 행동 양식과 관련된 부정적인 이미지로 회자되고 있습니다. 사실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함께 하다 보면 이전에 50~60여명의 학생들이 한 교실에서 생활할 때 보다 더 많은 에너지와 인내가 필요하답니다. 한 반에 25(특성화고 정원)밖에 안되지만 힘은 더들어가는 현상을 보면서 이전과는 다른 패러다임의 학생생활교육이 필요함을 보게 됩니다. 25명의 아이들이 각각 흩어져 있는 섬과 같아서 아이들과 교사와의 연결도 필요하지만 서로 섬처럼 떨어져 있는 아이들 간의 연결도 그리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이전과는 양상이 많이 달라 이런 분위기는 학교폭력의 시발점이 되기도 합니다. 사와 학생, 학생과 학생 사이에 서로 연결되는 다리가 절실하게 필요한 지점이지요. 이런 상황에서 서로가 무심코 던지는 일상적이고 정제되지 않은 감정의 말들은 관계를 더 단절시킬 뿐만 아니라 상처를 주는 폭력이 되기도 합니다. 서로가 말에 의해 증폭되는 폭력성을 경험하면서 학급과 학교는 섬들 사이에 벌어지는 전쟁터처럼 황폐하고 무감각한 비교육지대로 변질되고 맙니다. 여기가 스마일키퍼스, 곧 비폭력대화방식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교육프로그램이 절실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저희 학교에서는 우선 전체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방과후 교육프로그램으로 주 1회식 5회 총 10시간을 진행하였는데, 학생회 임원을 포함한 자발적 참여자 25명이 함께 하였습니다. 이전에 서클프로세스와 비폭력대화를 경험한 학생들이 있기는 하지만, 처음 경험하는 학생들이 많아 기본과정정도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서클방식으로 서로가 돌아가면서 자신의 현재 상태를 느낌의 언어로 말하는 것부터 시작했지만 그리 쉽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내 둥근 대화의 공간 안에서 서로의 느낌을 말하고 듣고 하면서 아이들의 표현이 달라지기 시작합니다. 비폭력대화의 관찰-느낌-욕구-부탁의 단계를 이해하는 전 과정을 단숨에 이해하지는 못했지만 현재의 느낌을 표현하는 부분에서 갈등을 표출하는 말 뒤에 숨겨진 욕구를 찾아가는 과정까지 5주의 시간은 결코 부족한 시간만은 아니었습니다.

 

학생회 스스로 회의를 진행할 때 서로의 느낌과 필요를 찾아가며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면서 스마일키퍼스프로그램(비폭력대화)의 효과를 충만^^하게 누리지요. 사실 학생회 스스로 학교행사를 기획하고 진행하고 평가하는 데에는 구성원 모두의 동참과 협의가 필요합니다. 그런데 회의하다보면 다른 생각으로 서로 다투기도 하고 떨어져 나가기도 하고 어느 한 두 학생이 독점적으로 주장하기도 하고 그러기 쉽지요. 그런데 한사람씩 돌아가며 서로의 아이디어를 이야기하고 그 아이디어에 공감하며 느낌과 필요를 더해 가는 방식으로 회의를 진행하다보니 일을 통해 서로가 배우며 성장할 수 있었답니다. 처음에는 서로가 자기 이야기를 어느 선에서 이야기해야 할지 고민했지만, 서로의 안전과 평화가 지켜지는 공간을 만들어 가는 과정 그 자체가 하나의 교육이었던 것 같습니다.

 

5주 연속된 프로그램의 연결성과 학생참여형 워크숍 형태의 진행도 좋았지만, 인상적인 장면 하나는 2주차 프로그램 중 자신이 살아온 인생을 곡선과 그림으로 표현하고 이야기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이 머뭇머뭇하지 않을까, 서로 경계하지 않을까, 그저 그런 시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가 있었는데 어렸을 때의 상처가 올라와 말 못하고 울었던 한 여학생도 있었고, 어둡고 침울한 부분을 꺼내어 놓고 그 부분에 대해 관찰-느낌-욕구의 언어를 찾아보면서 회복되는 남학생도 있었습니다. 그런 모습을 보며 ! 이 프로그램이 살아 있구나, 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세분의 강사 선생님께서 함께 말하고 진행하면서 모둠별로 참여하여 서클의 신뢰를 높이는 모습도 새롭게 다가오네요.

 

다만 한 가지 짚어 볼 점으로는 함께 참여한 싱글인 여선생님의 이야기로 서클에서 함께 나눈 자신의 사적인 이야기가 교실에서 학생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것이 조금은 당황스럽고 불편하다고 말씀하셨던 부분입니다. 선생님에 대한 아이들의 전폭적인 관심이 생각지 않던 방향으로 문제를 야기한 경우지만 이와 같이 교사와 학생이 함께하는 경우 서로의 안전과 평화를 돌보는 신뢰가 깨지지 않도록 대화서클이 세밀하게 세팅되어야 함을 가르쳐 준 사례였습니다. 서로 잘 모르는 남학생과 여학생이 함께 하면서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도 이와 비슷한 경우로 서클의 신뢰를 바탕으로 대화가 오고 갈 수 있도록 대화가 서클 밖이 아닌 서클에 머무르게 하는 것이 중요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실 5주 동안의 교육이 결코 작은 시간은 아니지만, 서로 아무 거리낌 없이 비속어들이 후렴구처럼 붙어 나오는 언어생활의 현장에서 학생들이 어떻게, 얼마나 배운 것을 당당하게 풀어 갈 것인지는 기대반 걱정반입니다. 공감하고 연결하며 지지해주는 관계성의 대화로 서로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를 학교의 주된 흐름으로 어떻게 만들어 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더 커진 것이죠.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학생들이 학급에서 서로의 차이를 존중하면서 학급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이 프로그램이 모두에게 제공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런 측면에서 스마일키퍼스와 같은 프로그램이 창의적 체험활동의 일환으로 정규과정에 도입되기를 바랍니다.

 

 

 

정목스님께서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비폭력대화 보급을 위해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는다책의 인세 일천만원을 한국NVC센터에 기부하셨습니다.
이 기금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물'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고,
유한공업고등학교에서 
2014.3.5.~4.2까지 5회기로 스마일 키퍼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진행 : 고연선, 하미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