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4. 7. 10:20ㆍ기린 활동_NGO/활동 현장
‘작은꽃들의 집’에서 스마일 키퍼스 프로그램을 마치고
목포 아리랑 고개를 아시는지?
노적봉에서 바다를 향해 유달산 자락을 따라 가다 보면 보리마당을 지나 아리랑 고개가 나온다. 아리랑 고개라는 이름이 어떻게 유래되었는지는 묻지 마라. 나도 모른다. 아리랑 고개에서 유달산을 향해 턱을 쳐들고 올려다보면 게딱지 같은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데 가파른 골목길을 따라 마지막 꼭대기에 파란 대문의 <작은꽃들의 집>이 있다.
작은 꽃들의 집에는 작은꽃들이 피어있을까?
물론 아니다. 이곳은 헤레니아 수녀님이 운영하는 공부방이다. 이곳에서 지난 겨울에 강세연 선생님과 함께 스마일 키퍼스 활동을 하였다.
이쯤에서 나는 잠시 망설여진다. 자, 어떤 버전으로 쓸까? 아이들과의 만남도 감동적이었고 수녀님을 비롯하여 다른 두 기관(경애원과 느티나무 공부방)의 선생님들도 고마웠다고? 서울에서 버스로 4시간 거리의 목포까지 식사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다니며 힘들었다고? 아이들이 스마일 키퍼스로 달라졌다고? 아니면 우리는 활동 외의 시간에도 아이들과 함께 자고 놀고 얘기하며 지냈다고? 혹은 정목스님의 후원으로 활동이 이루어질 수 있어서 고맙다고?
그러나 나는 지금 그런 것들에 대해서 쓰는 것보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얼굴이 떠오르고 많이 보고 싶다. 일박 이일 캠프 때 선생님은 누구랑 잘 거냐며 슬며시 내 옆에 눕던 Z, 색종이로 온갖 다양한 것들을 선물이라며 접어주곤 하던 H, 아기처럼 어리광을 피우던 B, 슬픔을 한쪽 발에 모아둔다던 J, 나뭇잎 배를 접어 선물이라고 쥐어주던 T, “선생님이 좀 더 엄격했으면 좋겠어요.”라고 말하던 K, 여자는 결국 돈을 빼앗아가니까 절대 사랑 같은 것은 하지 않을 거라던 Y, 스마일 키퍼스 활동 때문에 놀지 못한다고 투덜대던 C까지도 보고 싶다. 1학년인데도 6학년 형들과 축구 하면서 공을 빼올 수 있다던 S의 웃는 얼굴이 떠오르고 그 위에 “아버지가 없으면 좋겠어요” 울먹이던 S의 모습이 겹쳐서 떠오른다.
스마일 키퍼스 활동을 하고 나서 아이들에게 이 활동이 얼마나 변화를 가져오고 얼마나 힘이 되는지 말할 수 있으면 좋겠다. 정말 좋겠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수 없다. 수녀님이나 아이들 담당 교사분들이 어떻게 아이들이 달라졌는지, 얼마나 아이들이 활동을 좋아했는지 설명하고 고마워했지만 정작 나는 즐거움이나 기쁨 속에서도 무력감과 안타까움을 느끼는 순간들이 많았다.
회기당 두 시간씩 열두 회기면 시간이 얼마나 되나? 스물 네 시간? 아이들에게 스물 네 시간은 어떻게 남을까? 가슴속에 남아서 훗날 자신만의 모습으로 피어나는데 자양분이 될 수 있을까?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애들아, 보고 싶구나.
(by 이미경)
정목스님께서 아동, 청소년들을 위한 비폭력대화 보급을 위해서
‘달팽이가 느려도 늦지 않는다’ 책의 인세 일천만원을 한국NVC센터에 기부하셨습니다.
이 기금으로 '아이들을 위한 선물' 프로젝트를 진행중에 있고,
그 중에서 ‘작은 꽃들의 집, 경애원, 느티나무 공부방’의 아이들 18명과
2014.1.10.~2.19까지 12회기로 스마일 키퍼스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진행 : 이미경, 강세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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