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3. 3. 16:05ㆍ기린 Life
<리디아가 만난 기린마을 주민들>
NVC1 은 우리가 기린대화를 처음 배우는 만남의 수업입니다. 많은 분들이 저마다의 사연과 기대를 가지고 문을 두드려 주십니다. 지난달에 마친 NVC 1 과정 (이윤정 선생님 진행)에 멋있는 노신사 세 분이 등록하시고 함께 18시간을 공부하셨습니다.
그 누구보다도 열심히 참여하신 이 세 분을 수업 마지막 수업시간을 마치고 잠시 이윤정 선생님과 만나보았습니다. - 인터뷰 진행 이윤정, 정리 리디아
■이윤정 : 세 분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해요. 이 수업에 들어오시게 된 동기가 궁금합니다. ^^
■최병일 : 작년 12월에 비폭력대화라는 책으로 독서토론을 하고, 그 토론 이후에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맘이 들어서 이 친구들과 함께 하고 싶어서 들어왔습니다. 우리 셋은 책을 같이 쓴 사이인데, 공부도 셋이 같이 하면 좋겠다 싶어서 같이 등록을 했어요. 수업 마치고 점심 먹으면서 강의에 대한 피드백도 서로 나누기로 하고 시작했어요.
최병일 선생님
■윤영선 : 저도 그 책을 읽고 토론을 했을 때, 다른데서 강사 트레이닝을 받을 때와는 전혀 다른 느낌을 받았어요. 흥미가 생겨서 같이 들어보려고 했어요.
윤영선 선생님
■윤석윤 : 저도 책을 읽고 공감을 많이 했어요. 그런데 저는 책만 읽고 끝내려고 했는데,,,하하하. 최 선생님이 같이 더 공부해보자고 하셔서 기쁘게 흔쾌히 응했습니다.
윤석일 선생님
■이윤정 : 그러셨군요. 이 과정을 하시면서 돌아보실 때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어떤 부분이셨어요?
■최병일 : 저는 정서적 3단계가 가장 와 닿았어요.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면서 상대방의 욕구에 충실하게 해주려고 하다 보니 자신의 욕구는 많이 무시하고 살았던 것 같아요. 지금도 노예단계와 얄미운 단계를 왔다 갔다 하는 것 같아요. 내가 지향해야 할 부분이 해방 단계라는걸 알게 되어서 분명해지니 좋았어요.
■윤영선 : 저는 오늘 마지막 수업이 가장 좋았어요. 기린의 말과 자칼의 말을 비교할 때 제가 습관적으로 자칼의 말을 많이 쓴 것을 알게 되었고, 큰 숙제를 안고 갑니다.
■윤석윤 : 관찰, 느낌, 욕구, 부탁 4단계를 배울 때 느낌과 욕구 부분이 섞여있고, 판단하고 느낌도 섞여있는 것을 잘 이해 못했는데, 이제는 이런 것을 구분해봐야겠다는 것을 이번 배움을 통해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어요. 우리의 말엔 감정이 그대로 들어있는데, 이런 것들을 섞어서 쓸 때 내 진의가 상대에게 잘못 전달 될 수도 있고, 나 역시 상대의 속마음을 잘못 이해할 수도 있다는 것을 정말 크게 깨달았어요.
■이윤정 : 이렇게 들으니까 저도 좋네요. 그런데 이 과정을 같이 하시면서 여기 잘못 온 거 아니야? 후회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었던 순간은 혹시 없으셨어요?
■최병일 : 전혀 없었어요. 다른 교육은 매뉴얼을 가지고 하는데, 이윤정 선생님은 그동안의 경험하신 많은 사례를 가지고 이야기 해주시니 제가 적용할 방향을 잘 잡을 수 있어서 기대보다 감동적이었고, 정말 알찼습니다.
■윤영선 : 잘 왔다고 생각했지만, 저는 중간에 회의감이 든 적이 있었어요. 이 집단처럼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과는 잘 되겠지만, 사실은 이해관계가 깊은 가족들과 되겠나? 이게 실제로 될까? 하루 아침에 될까? 하는 생각은 많이 했어요. 지금도 솔직히 그 부분은 걱정되지만, 그것은 어려운 것이기 때문에 하루 아침에 될 것 같진 않고, 제가 계속 연습하고 노력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아요. 그 부분에 대한 두려운 심정은 있습니다. (웃음)
■윤석윤 : 저는 첫날에 왜 이걸 빨리 오지 못했나? 이런 생각은 했습니다. (일동 웃음) 그 책을 작년 12월에 읽기 전에는 이런게 있는지 조차 몰랐어요. 다른 교육에 관심 많아서 공부 많이 했는데, 상담학 같으면서도 상담이 아닌 것 같기도 하고,,, 저도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나름 신경쓴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좀 더 빨리 배우러 왔으면 좋았을텐데 하고는 생각했습니다. 하하.
NVC 담임 선생님 이윤정 선생님과 함께 선릉센터에서
- 최병일, 윤영선, 윤석윤 (왼쪽부터)
■이윤정 : 이 과정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 지금 누가 떠오르세요?
■최병일 : 사실 자녀가 가장 먼저 떠올랐어요. 아들하고 며느리가 결혼한지 1년 되었어요.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책도 제가 선물하기도 했어요. 둘이 그 책 읽고 토론도 하며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그거 보다 훨씬 더 구체적으로 서로 더 행복하게 대화하면서 살 수 있는 방법론이기 때문에 추천하고 싶어요. 저는 집사람과 오래 살면서 잘 몰라서 상처도 주고 받고 했는데, 이 친구들은 신혼이기 때문에 이런 걸 알면 더 잘 살 수 있을거 같기 때문에 정말 추천하고 싶어요. 우리 자녀들의 행복을 위해서 이건 선택이 아니라 필수로 선택할 과정이다! 라고 생각해요.
■윤영선 : 전 좀 부끄러운데요... 전 제 주변에 형제들, 친척들 중에 부부관계가 원만한 집을 사실 한 번도 못 봤어요.... 다 힘들어해요. 특히 여자들이 남자들을 원망하고, 남자들은 체념 비슷하게 하고 그냥 사는 것을 볼 때 참 안타까워요. 저를 포함해서요. (웃음) 그래서 저는 누구를 추천하기 보다 부부가 같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이 개발되어 같이 참여하면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이렇구나, 상대의 마음이 이렇구나 하고 서로 이해하는 시간을 가지면 참 좋을 것 같아요. 저도 제 아내와 손을 잡고 오고 싶어요.
■이윤정 : 부부공감 워크샵을 작년부터 하고 있어요. 일년에 두 번 하는데, 작년에 80대 노부부가 손 잡고 오셨어요. 50대 따님이 보내주셨다고 하실 때 저도 감동이었어요.
■윤석윤 : 저는 특정한 누구보다는 주위에 인간관계와 소통 문제로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이런 분들에게 이 코스를 꼭 추천해주고 싶어요. 한번쯤 나를 돌아보고, 상대방을 이해하는 기회를 가져보면 그것을 넘어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어려움과 갈등, 그것을 방치하는 것이 문제이지 넘어가보려고 하면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사실 너무 안타까워요. 이 비폭력대화가 이 분들에게 희망을 메시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윤정 : 이 NVC1 과정을 하며서 조금이라도 달라진 점이 있다면 어떤게 있으세요?
■최병일 :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사람들과 상담을 많이 했어요. 그런 상담을 하다 보면 평가를 하고 대안을 제시하고 그랬어요. 그리고 그것을 상대도 아주 만족해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공부를 하다보니 그것이 자칼의 대화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내가 하는 말이 기린말인지 자칼말인지를 생각하게 되었고, 상대의 느낌과 욕구를 살피고, 내 욕구와 느낌을 생각해볼 수 있는 입체감이 생긴 것 같아요. 그것이 머리로가 아니라 느껴보려고 노력하고 깨어나는 기분이 들어요. 그동안은 내가 일방적으로 조언해주는 것을 연결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래서 이제는 사람들 만나는 것이 오히려 더 기대가 되요. 그동안의 틀이 아닌 새로운 변화가 시작될 것 같아요.
■윤영선 :저는 그동안 도덕적인 삶, 의무에 충실한 삶을 살아왔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이번에도 역시 내 마음속의 느낌을 이해하고 표현하려는 것이 너무 없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그것을 표현하는 것이 나쁜 것이 아니라 그것이야말로 타인과 소통할 수 있는 출발점이라는 것, 진정한 연결의 시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바로 도덕적인 판단으로 가면 서로 비난할 것 밖에 없어요. 상대방의 잘잘못만 이야기 하니까요.
■윤석윤 : 관찰을 잘 알게 되었어요. 제가 어떤 틀을 갖고 있었는데, 인간을 그렇게 만나면 안되겠구나를 깨달았어요. 여기서 말하는 관찰이라는 것은 순수하게 바라보는 것이라는 것도 이해가 되었어요. 제가 상대의 욕구를 우선하면서 맞춰 주다보니 내 감정엔 소홀했다는 것을 이번에 깨달았어요.
며칠 전에 TV채널 때문에 다툼이 있었어요. 제가 제 감정을 누르기만 하다가 그날은 팍 터져서 ‘왜 항상 자기보고 싶은 것만 보냐, 자고 있어서 돌린건데’라고 화내면서 말할 때 아....평소에 자기 공감도 중요하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아내는 평소와 다르니 깜짝 놀랐어요. 이번에 상대의 감정뿐 아니라 저는 제 감정도 잘 돌보고, 잘 오픈해서 이해를 구하는 것도 소통에서 정말 중요하구나를 알게 되었어요.
■이윤정 : 네, 감사해요. 이 과정을 마치면서 지금 어떤 느낌이시고, 충족된 욕구는 무엇일까요?
■최병일 : 저는 저의 과거의 문제점을 발견하게 되었고, 앞으로의 노력점도 알게 되었고, 이제는 인간관계를 체계적으로 알고 제 가족부터 그런 관계를 추구하면 질적으로 좋은 관계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 가족들이 또 다른 사람들과 또 그렇게 지낼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희망과 가능성을 가지게 되었어요. 그동안의 제 배움도 헛된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 알게 된 것도 가치 있었어요. 남은 삶도 더 풍성해지겠다는 것도 확신하게 되어서 희망차고 가슴이 벅찼습니다.
■윤영선 : 저는 이 과정에서 나를 발견한 것이 가장 충족된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번과정에서 저는 저를 잘 몰랐던 것을 저는 잘 알게 된 것이 좋았어요. 내가 나의 감정을 억누르고 살았다는 것, 외면하고 억누르고 살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그게 출발점이 된 것이 기뻐요. 이렇게 알게 된 저 자신을 결코 이제 외면하고 싶지 않아요. 나와 더 친숙해지고, 나 자신을 더 아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그렇게 할 때 제가 소통이 잘 안 되는 사람에게 더 다가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윤석윤 : 이건 집단상담 같기도 했어요. 상담은 내담자와 상담자 둘이 이야기하면서 내담자의 상처를 일방적으로 들으며 상담자도 내상을 갖게 되어서 또 상위 상담자와 상담을 해야 된데요. 전이가 일어나나봐요. 그래서 제가 상담에 관심 있지만, 상담공부를 안했어요.
근데 이 프로그램을 하며서는 재밌었어요. 독서토론을 해봐도 누가 누구를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이야기하면서 배우고 가르치는 것이에요. NVC 는 여러 사람이 모여서 같이 이야기 하고, 거기서 치유도 일어나는 멋진 프로그램이다라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이것을 더 공부하고 싶어졌어요.
저는 그래서 우리 담임 선생님(이윤정선생님)에게 여쭤보고 싶었어요. 1,2,3단계 막 하면 됩니까?그게 아니라 앞서 공부한 분들의 조언을 좀 듣고 싶었어요. 그 발자욱을 잘 따라면서 잘 배우고 싶어요. 사실 최선배님과 카네기 교육도 받았는데, 비비불이 나오는데, 비난, 비판, 불만 하지 말라고만 하지 어떻게 하라고 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안 나와요. 비폭력대화는 임상을 통해서 자세히 알려주니까 참 좋았어요. 공부를 더 하고 싶어요.
■이윤정 : 네, 맞는 말씀이세요. 그 부분은 같이 또 이야기 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참, 마지막으로 세 분이 함께 쓰신 책 홍보도 해주세요. 어떤 분들에게 권유하고 싶으세요?
■최병일 : 재작년에 우리은행 지점장 은퇴자 교육을 했어요. 1960년생이 은퇴하신거더라고요. 앞으로 30년 이상 사셔야 하는데, 이 분들이 살아가야 할 매뉴얼과 방향이 없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끼고, 우리가 그동안 공부했던 것들을 같이 공유해봐야겠다 하고 셋이 모였어요. 셋의 색깔이 다르기 때문에 셋이 같이 썼는데, 그 이후에 많은 반응이 있었어요. 특히 제대 군인 잡지에서 연락이 와서 인터뷰도 하고 프로그램도 진행하게 되었어요. 은퇴자들에게도 희망과 가능성을 줄 수 있어서 기쁘고 보람도 느낍니다. 이 분들이 인생의 후반전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도록 선발대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이윤정 : 책 같이 만드시면서 어떤 즐거움과 보람이 있으셨어요?
■윤영선 : 두 분은 서로 알고 계셨고, 저는 작년에 직장 은퇴하고 같이 만나게 되었어요. 저를 같이 참여하게 되어서 저는 정말 기뻤습니다. 책 만들 때 흥분을 잊을 수가 없이 좋았습니다. 저는 은퇴하면서 이 세상이 모두가 다 불안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청소년, 대학생 모두 그렇지만, 베이비 부머들이 은퇴를 막 하게 되면서 불안은 경제적 불안으로 보이지만, 그 밑 바닥은 정서적 불안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부분을 생각하고 책을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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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분이 함께 쓰신 책
<은퇴자의 공부법> - 공부하는 은퇴자에게는 정년이 없다. / 어른의 시간 2015년 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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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정 : 올해 준비하고 계신 책 소개도 해주세요.
■윤석윤 : 저희가 좋아하는 독서토론은 세대 구분 없이 만날 수 있어요. 독서를 하고 토론을 할 때는 20대와 50대가 같이 대화할 수 있어요. 세대에 상관 없이 친밀해지기도 하구요. 저희는 다음 책을 저희가 공부하고 독서 토론한 것을 바탕으로 써보려고 합니다. 세대 간의 소통을 할 수 있기도 하고, 저희가 글쓰기를 하면서 많이 느낀 것은 제 인생이 화려하게 변했다고 생각해요. 글을 쓰니까 자기 자신과 대화하는 시간을 많이 갖게 되고, 글로 여러 사람과 관계를 맺게 되요. 올해 쓸 책은 요즘 젊은이들이 너무 불안해 하고 있고, 사회의 어른, 롤모델이 부재한 것을 봐요. 가까운 이웃집 아저씨처럼 친근하게 그럴 수 있어 하고 말 걸어주는 책을 쓰려고 해요. 그것의 궁극적인 것은 공부에 있어요. 남의 이야기를 듣고 결정하는 것이 많은 것이 아니라 내 생각을 확실히 갖고 사는 것, 내 주관을 확실히 갖고 있다면 크게 불안하지 않아요. 정답이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정도면 나는 괜찮아,라고 확신할 수 있다면 좋을 것 같아요. 그런 것에 기여하는 책을 쓸 예정입니다.
■이윤정 : 우와, 정말 말씀만으로도 기대가 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인문기행에 참여하신 최병일, 윤석윤, 윤영선 선생님 (사진 출처 : 숭례문학당)
마치며. 리디아의 소감
- 여건이 안되어 직접 뵙지 못하고 이윤정 선생님께 질문을 보내고 녹음을 부탁하였습니다. 2월의 마지막 밤에 세 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고, 대화에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무척 가까워진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도 곧 구입하여 친정 부모님과 시부모님께 선물해드릴 것 같습니다.
제가 이렇게도 금방 가깝게 느끼는 것은 NVC의 힘이겠지요? ^^ 아마도 솔직한 표현들에서 세 분 선생님들의 진심을 보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전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나면 저도 모르게 반갑게 인사할 것 같습니다. 여러분들도 기린 마을에서 세 분의 선생님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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