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교도소, "아침에 딸과 통화해서 기뻐요."

2025. 6. 3. 18:06카테고리 없음

 

 

올해 3월 첫 주부터 4월 마지막 주까지 수요일마다 여주에 있는 소망교도소에 비폭력대화교육 보조강사로 7회 다녀왔어요. 총 3개 반(미술반, 음악반, 인문반)이 교도소에 운영되고 있는데 한 반에 주강사와 보조강사가 한 팀이 되어 들어가는 방식이라 총 6명의 강사가 함께했지요. 저는 3년 동안 회복적 경찰활동을 하면서 회복되고 연결되는 경험을 한 것이, 교도소 공간에서의 비폭력대화 교육은 어떻게 펼쳐지는지 궁금한 마음에 용기를 내어 참여하였습니다.

 

처음 간 교도소는 낯선 곳으로 여행을 간 듯했습니다. 그곳에서 통용되는 암묵적인 규칙들이 낯설었어요. 먼저 교도소 내에서 교도관의 인솔에 따라다니는 경험이 유치원생이 된 듯했어요. 내 의지가 아니라 타인의 의지가 우선되고 그 뒤에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경험, ‘자유로운 움직임’이라는 욕구 말이 떠오르더라구요. 내가 가고 싶을 때 마음껏 가는 게 제한되고 나서야 내가 그걸 가지고 있었음을 알게 되었죠. 물론 거기에는 교도소 내 공간의 안전과 질서를 위해서 한 무리가 움직일 때 다른 무리가 정지해서 기다리고 그것을 판단하고 안내하는 교도관들의 수고로움이 들어있지요.

 

둘째는 건물마다 공간에 주어진 자유의 범위가 각기 달랐어요. 일종의 중간지대인 봉사자 휴게실에 개인 짐들을 내려놓고 이동하여, 보안, 수색대를 거쳐서, 재소자 생활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공항 입국 심사를 약식으로 받는 것 처럼요. 외부의 것은 물 한 병, 사사로이 가져갈 수 없고 핸드폰도 반입이 안 되었어요. 볼펜 한 자루도 신고를 하고 들어가야 했습니다. 필요에 따라 외부와 내부를 연결하고 관리하고 통제하기 위해 이 모든 일에 사람이 필요했어요. 앞 건물에서는 화장실도 자유롭게 갈 수 있었지만, 재소자들이 생활하는 건물에서는 화장실을 갈 때에도 교도관을 따라 철문을 지나들어가야 하는 등 경계에 따라 다른 규칙들이 적용되었어요.

 

셋째, 이 집단에만 공유되는 특수한 문화가 있어요. 자기 공감 수업 때, 본인의 듣기 힘들었던 말을 들은 경험을 나누는데 “재판에서......”, “변호사가 ......,”, “가석방 심사 했는데 떨어졌을 때 ......” 등 수감 생활과 관련된 얘기가 주로 나왔어요. 마치 축구 특성화 여중에 수업을 갔을 때 모든 사례가 축구와 관련 있는 얘기가 나온 것처럼 말이지요. 또 다른 수업에서 사진 한 장을 보고 관찰한 것을 말할 때 있었던 일입니다. 남자가 쪼그려 앉아서 팔을 벌리고 있고 그 사람을 마주보고 아이가 달려오는 사진인데요. “아빠가 아이를 안으려고 하고 있다” 이런 대답이 나오던 중에 한 분이 ”얘야 일로 와봐“ 하시자 ”아동 유괴는 징역 몇 년에 집유 몇 년이야“ 라고 다른 분이 응답하셔서 다 함께 웃은 적도 있습니다. 같이 수업 나간 이승현 선생님이 교도소 유머라고 알려주셨어요.

 

처음 수업을 하러 갔을 때 22~23명 남자들이 파란색 수의를 입고 한 교실을 꽉 채우고 있었습니다. 덩치가 있으신 분들도 여럿 있어서 풍경 자체가 낯설고 긴장이 됐어요. 저는 소망교도소는 남성들이 수감된 곳인지도 모르고 갔어요. 교도소라는 공간을 경험해보지 못해서 아예 어떤 기본값이 없었어요. (남자교도소가 여자 교도소보다 더 많다는 것도, 범죄자도 남자가 더 많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습니다.) ‘내가 안전하기 위해서 권위가 필요하구나.’ 최은석 선생님처럼 나이 많은 남성이거나, 여성이더라도 지금보다 나이가 좀 더 많아서 연륜이 느껴진다면 더 안전하게 느껴질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작하면서 지금 느낌이 어떤지, 왜 그런지를 함께 이야기하고 듣다보니, 그렇게 하나의 집단으로 보이던 분들이 한 분, 한 분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딸과 통화하고 와서 기쁘시다는 분, 운동을 하고 와서 상쾌하고 기운이 난다는 분, 수요일은 온수 샤워가 있어서 행복하다는 분들. 이곳의 삶을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들과 내가 느끼고 이해할 수 있는 감정과 경험을 이분들도 하고 계시다는 보편성에 점차 안심이 되고 편안해졌습니다.

 

보조강사다 보니 수업 진행보다 관찰할 경험이 더 많았는데요. 순간순간 내가 쓰고 있는줄도 모르고 있던 편견과 판단의 안경을 보게 되기도 했어요. ‘오늘 하루 루틴을 따라서 하루를 잘 지내고 싶다’는 분의 얘기에 ‘여기 살면서도 루틴이 있다고?’ 하면서 놀라고, 이렇게 놀라는 나를 보며 한 번 더 놀라고, ‘나는 이분들을 도대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 거야? 왜 놀랐지? 루틴도 없는 존재라고 생각한 건가?’, 그렇다기보다는 루틴이라는 단어는 제게는 자기계발을 하는 사람들과 강하게 연관이 되어 있었고, 루틴과 재소자의 결합이라는 상상을 해본 적 없었던 거죠.

 

어떤 분은 ‘도대체 무슨 사연으로 여기 계신 걸까?’ 궁금증이 자연스레 일어날 만큼 선해 보이는 분들(제 판단이지요)도 계셨지만 섣불리 물을 수는 없었습니다. 또 한 분의 소매 사이로 언뜻 팔에 꽉 찬 문신이 보일 때 살짝 겁이 나기도 했습니다. 문신을 보기 전 그 분은 다른 분들과 다르지 않은 집단 속에 한 명이었지만, 문신을 보고 나서는 저도 모르게 한동안 그 분의 말과 행동을 주시하게 되더라고요.

 

한 주마다 만나고 얼굴이 익숙해지면서, 그 중에 모범수로 있다가 곧 가정 방문을 하게 되신 분이 계셨어요. 처음에는 통화를 했는데 반기지 않는 아내 때문에 속상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 다음 주에는 본인에게는 하루하루가 너무나 긴 세월이었는데 “벌써 나오냐?”는 얘기를 들었다고 하더군요. 그 다음 번에는 아이에게 “아빠가 왜 하필 내 아빠냐?”는 얘기를 듣고 속상하셨단 얘기도요. 그 분 삶의 한 부분의 이야기를 조금씩 알아갈수록 느낌을 나눌수록 연결과 연민의 마음이 들었어요.

 

수업은 비폭력대화1 워크숍 내용을 기반으로 흘러갔습니다. 중간에 ‘간식을 달라’, ‘수업에서 재미있는 영상을 보여 달라’, ‘신청곡을 틀어 달라’ 이런 저런 부탁을 듣고, 또 적극적으로 반영해주시는 윤인숙 선생님을 보면서 그 과정에서 이분들이 자신들이 존중받고 자신들의 이야기가 들려지고 있음을 느끼고 감사해하시면서, 수업에 마음을 내는 과정으로 흘러갔습니다.

 

마지막 날, 수업 중 한 분이, 가방 안에 물건이 몇 개 바닥에 떨어졌는데 모르고 그냥 나가셨습니다. 그 뒤에 계신 분이 주워서 다시 가방 속에 넣는 걸 보았어요. 또 몇 분이 빵을 사가지고 오셔서 잘라서 함께 나누어 먹었는데 이후에 감사를 나눌 때 “한 형제가 빵을 잘라서 나누어 주어서 고마웠다”는 말을 했습니다. ‘누군가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 작은 것에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제게 와 닿았습니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구나. 우리는 같은 인간이구나.’ 싶어 따뜻했습니다.

 

감사를 비폭력대화로 표현하는 마지막 수업에, 처음에 ‘아침마다 눈뜨면 여기가 감옥이라는 게 믿기지 않고 너무 괴롭다’ 고 하셨던 분이, ‘수요일마다 있던 온수 샤워도 사라지고 (봄수업이 마무리된 4월 말 날이 따뜻해져 한 주에 한 번 있던 온수샤워가 사라졌대요) 비폭력대화 교육도 없어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우울하다’ 는 소감을 나눠주셨어요. 저는 그 말이 최고의 감사(감사도 비교하는 저를 봅니다)로 들렸습니다.

 

또 재소자 한 분이 ‘우리나라 교도소 중에 이런 재소자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하는 곳은 이 곳 뿐이다’ 고 본인의 경험을 들려주셨어요. ‘일반 교도소는 수감이 목적이지, 배움과 성찰을 위한 이런 교육을 하지는 않는다’ 고요. 재소자의 처우도 이곳과 많이 다르고요. 담당 교도관님이 한 명의 재소자에 1년에 약 2,000만원 가까운 예산이 든다고 하신 것도 떠올랐어요. 재소자에게 쓰이는 예산이 그 분들의 삶을 작게라도 변화하는데, 회복과 재발 방지에 기여하는 방식으로 쓰이기를, 그럴 때 저도, 그분들도, 사회도 평화롭고 안전해지는 상상을 해봅니다. 그 속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갔다 와서 한 달이 지난 지금, 제가 달라진 게 하나 있다면, 재소자와 관련된 뉴스를 좀 더 관심 있게 보게 된 것입니다. 여기서부터 저는 시작해 보겠습니다.

 

 권미란 

 

 

 

 

※ 2023년 8월 한국NVC센터는 여주 소망교도소와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3년부터 매년 수용자를 위한 비폭력대화 8주 훈련을 상·하반기(3월, 9월)에 진행하고 있습니다.  기존 재소자 교육은 단편적이고 장기적 계획이 어려운 상황인데 우리나라 유일한 민간교도소인 소망교도소에서는 김영식 소장과 함께 장기적인 계획과 긴밀한 협력하에 재소자 교육을 지속적이고 통합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망교도소의 교육예산은 1명의 강사비만 지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교육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 참여자를 세 그룹으로 구성하여 각 반에 2명의 강사가 진행하고 있습니다. 여주라는 지역적 상황에서도 마음과 뜻을 모아 이 교육을 지속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지원과 도움을 요청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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