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세우기 _ 각자의 방식이 조화롭게 🌈

2024. 2. 7. 17:08기린 Life

 

 

이번에도 무슨 교육인지도 모르고 신청을 했다. ㅋㅋ~  어떤 교육이든 나에게는 연습하는 시간인데, 특히 이번에는 IIT에 오셨던 강사분이 하는 강의라 더 솔깃했다. IIT를 못 간 아쉬움을 달랠 수도 있고 2박 3일의 숙박교육이다. 12월 말에 신청하고 신이 나게 기다렸다. 이번에 더 신이 난 이유는 나의 블로그 이웃 ‘그냥’님 덕분이다. 그는 2018년 검색하다 우연히 알게 된 나의 이웃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었다. 한번 뵙고 싶었는데, 비폭력대화도 모르시는 분이 덜컥 나의 문자를 보고 교육을 신청하셨다. 그래서 드디어 만나기로 했다. 일찍 그와 만나 점심도 먹고, 김해 봉화마을도 살펴보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드디어 시간이 되고 강의장에 갔다. 동그라미 안에 커다란 기둥이 하나가 있었다. 답답하게 그지없는 기둥. 그 옆으로 센터피스가 놓이고, 강의장 모양에 맞게 타원형의 원이 만들어졌다. 큰 타원이었다. NVC를 한지 횟수로 14년째, 라이프14 &17, 중재 수료증 6개. 덕분에 오랜만에 기린 친구를 만나는 재미도 있다. 내 기억 속에 머물러 있는 친구들이 많이들 달라졌다. 옛 사진과 현재를 비교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길쭉한 사빈. 캐서린 선생님과는 15년 이상 알고 지냈고 그녀가 나누는 이것이 우리나라에 꼭 필요해서 초대하게 되었다고 하셨다. 기대감이 더 커진다.

 

모두 서서 사빈의 안내에 따라 몸의 알아차림 명상을 했다.

체크인 시간이 되었다. 이 많은 사람과 어떻게 체크인을 할지 궁금했다.

“와사비입니다.”

“(나머지 기린 친구들 합창) 와사비입니다. 와사비입니다.”

“(자신만의 동작과 함께) 나는 호기심을 가지고 왔습니다.”

“(동작을 따라 하면서 합창) 호기심을 가지고 왔습니다.”

즐겁게 간단히 모두의 체크인이 끝이 났다.

그리고 ‘공동체’에 대해 작은 그룹으로 이야기를 나누고 첫날 저녁이 끝났다.

 

둘째& 셋째 날

우리는 여러 방식으로 움직였다.

“나는 여기에 있습니다. 나는 당신을 봅니다.”

걷기, 앉기, 눕기, 방향을 바꾸기, 거리 조절.

중요한 것은 나에 대한 알아차림이었다. 움직이며 알아차리고, 나누면서 알아차리고….

그리고 6명씩 나누어서 공동체에 대해서 나누었다. 비전, 가치, 찾고 싶은 것, 가지고 오고 싶은 것 등에 관해서 나누었지만, 모든 것들에 대해 열려있었다. 중요한 것은 알아차림이었다.

“누가 이끌고 있는지, 나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모든 것들이 괜찮다.”

 

워크샵 내용을 녹음하는 것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14라이프 마지막 워크샵에서 녹음을 하는 것에 대해서 1시간 30분이나 이야기를 나눈 추억이 있었다. 그때는 정말 살아있는 NVC라 생각하면서 즐겼었는데, 비슷한 상황이 반복된다는 등 많은 생각만이 오가면서 나에게는 좀 지루한 시간이었다. 지나고 보니, 꼭 녹음에 관한 이슈가 아니라 모든 이슈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는 과거에 기억에 파묻혀서 현존하지 못한 것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그리고 우리는 큰 두 모둠으로 모둠별 비전을 정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런저런 대화와 조율을 통해서 함께 공동의 목표를 함께 만들었다. 발표하고 듣고.

공동체의 여러 주제를 중심으로 소그룹으로 함께 하는 시간도 가졌다. 발표하고 듣고.

그리고 마지막 체크 아웃이다.

이번에는 모두 들고 갈 것 한 가지만 말했다.

그렇게 2박 3일의 써클이 문을 닫았다.

사빈, 기린 친구들, 나의 이웃인 ‘그냥’님과의 평생에 한 번뿐인 2박 3일을 마무리했다.

 

월요일 아침.

“여보, 피곤한데 왜 거기까지 들렀다가 가려고 해. 내일 해도 되잖아!”

말을 하고 나서 바로 아차 싶다. 또 나의 의견만 옳다고 내세운 것을 알아차린다.

“여보, 미안해. 당신도 다 심사숙고해서 계획을 세웠을 텐데….”

바로 사과를 했다.

사빈의 워크샵의 따스함이 살아난다.

그때 움직일 때, 정말 모두가 가지각색의 방식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신기했다. 모두가 어쩜 다 그렇게 다 다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김해 봉화마을의 한 작은 연수원에서의 움직임이었지만, 더 크게 넓혀본다면 우리는 이 지구 위에서 각자 자신의 방식으로 다 다르게 움직이고 있을 테지, 각자의 방식으로 조화로움. 존중하는 마음으로 즐겁게 바라보았던 내가 떠오른다.

사빈의 워크샵은 내 안에서 나도 모르는 방식으로 잘 소화될 것이다. 앞으로 살아갈 내 삶의 거름으로….

 

 

이현정(와사비)

사빈 공동체 세우기 워크샵 (2024.2.2~2.4, 봉하연수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