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을 위한 비폭력대화_이윤정

2015. 9. 30. 10:45기린을 위한 주스

 

다음 글은 현대자동차 전자사보에 실린 글입니다. 직장에서도 비폭력대화를 활용할 수 있을까요?

 

 


 

우리의 회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아래와 같은 대화가 회의 중에 오갔다고 가정해 보자.

 

당신은 상품기획 담당자개발을 담당하는 연구원제품의 사양을 논의하는 회의에 참석 중이다.

 

 

 

: A기능이 글로벌 트렌드 이므로 이번 신차 개발에 적용했으면 합니다.

 

연구원: 해당 기능은 트렌드이긴 하지만 아직 적용된 사례가 없어 힘듭니다.

 

: 이번에 양산 개발에 성공하게 되면 우리 회사가 경쟁사 대비 우위를 가질 수 있습니다. 선점 효과가 얼마나 중요한지 아시지 않습니까?

 

연구원: 물론 잘 알고 있습니다만, 현재 우리 리소스나 개발 일정을 고려하면 힘든 것도 사실입니다.

 

이 과정에서 나는 뭐야.. 검토도 안해보고 왜 무조건 안된데? 그냥 귀찮은거 아니야? 좀 무책임한데?’ 라는 생각이 들어 기분이 좋지 않았고 얼굴이 붉어지기도 했다. 그래서 순간 아래와 같이 말했다.

 

: 먼저 검토부터 하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이 자리에서 정말 안된다고 판단이 가능하신 건가요?

 

잠시 어색한 침묵의 시간이 흐른 뒤 연구원은 검토 후 연락 주겠다는 말과 함께 회의실을 나가 버렸다.

 

 

직장에서의 회의는 목적성이 강하다. 내 의견을 반영하기 위해서 우리는 최선을 다하고 그 과정에서 상대방을 설득하기도 하고 싸우기도 한다. 대화가 잘 안되거나 막힌 느낌이 들면 속으로 ‘,저 사람은 참 꽉 막혔네’, ‘대화가 안돼.. 아 성질나’, ‘아이디어라도 내던가.. 반대만 하고..’.. 등의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이 대화에서 나는 상대방은 너무 무책임하다라고 평가하고 단정해 버렸고 회의 분위기는 어색하게 되어 버렸다. 이런 과정이 반복된다면 불필요한 오해와 감정싸움이 일어날 수 있다.

 

 

비폭력대화에서는 이와 같은 일반적인 대화법에서 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다음의 4가지 단계를 제안한다. (위 회의를 예제로 한다)

 

 1단계 관찰: 있는 그대로 보고 듣는다.(평가와 구분)

 

: 저는 연구원님이 ooo한 이유로 힘들다고 하는 말씀을 들었을 때

 

2단계 느낌: 내 몸과 마음에서 일어나는 반응을 표현한다.(생각과 구분)

 

: 저는 조금 막막함/불편함/찜찜함을 느낍니다.

 

3단계 욕구/필요: 느낌의 원인을 표현한다(수단/방법과 구분)

 

: 왜냐하면 저는 확신이 / 예측가능성이 / 명료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혹은 중요하기 때문 / 원하기 때문)

 

4단계 부탁: 구체적/긍정적/청유형으로 하기(강요와 구별)

 

: (연결부탁) 제 의견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 (행동부탁) 혹시 추가로 검토해 보실 수 있을까요?

   

4단계를 실생활에서 충분히 활용하려면 사실 충분한 공부와 연습이 필요하다. 상대방은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데.. 또는 내가 충분히 이해하고 연습하지 않은 상태에서 비폭력대화를 시도하게 되면 자칫 더 큰 오해를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갑자기 팀장님이나 실장님 지시사항에 저는 팀장님/실장님께서 ooo라고 지시하신 것을 들었을 때 피곤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냐하면 저는 지금 정서적 안정 혹은 회복이 필요하거든요. 제가 드리는 말씀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라고 말했다 상상해 보라.. ~ 끔찍하다.)

 

다시한번 위 대화를 보자. 나는 상대방이 무책임하다 평가/판단하고 먼저 검토하라고 내 생각과 방법을 강요했다고 볼 수 있다. 흔히 (사실 가장 많이 발생하는) 이런 대화의 패턴을 어떻게 하면 좀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볼 수 있을까?

 

 

우리 나라에는 마셜이 설립한 CNVC(Center for Nonviolent Communication)의 한국 지역 조직이 있다. '한국비폭력대화센터' 에서 활동하고 계시는 이윤정님께 실제 사례를 통한 직장내에서의 비폭력대화 활용법을 이메일을 통해 문의했다.

     

1. 직장인들에게 비폭력 대화는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실제 강의 중 질문이나 상담 사례가 있다면 ?

 

여러 기업에서 교육도 하고 이야기를 듣다 보면, 아무리 오래 근무를 함께 했어도 개인적인 고민을 정확하게 모르는 경우도 많고 각자 처한 역할에서 외로워하고 삶을 고민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 경쟁과 비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상위 관리자의 힘에 눌려서 지나치게 눈치 보며 괴로워하기도 합니다. 이때 서로의 마음을 공감해주는 소통기술은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하는데 특히 비폭력대화는 탁월한 효과를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비폭력대화의 첫 번째 단계 관찰하기로 누군가를 대할 때 상대방이 나를 평가하거나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고 들리는 대로 들어주는 것을 알게 되면 서로 믿음이 생기지요.

 

두 번째 단계 느낌 표현하기로 나의 느낌을 표현하거나 상대의 느낌을 추측하며 들음으로써 서로 연결되고 상대방을 공감하게 됩니다.

 

세 번째 단계 욕구를 알아차리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것을 솔직하게 말하고 상대가 원하는 것을 공감으로 듣습니다.

 

그 다음 네 번째 단계는 부탁하기로 서로 원하는 것을 충족하는 방법에 대해서 구체적인 행동부탁을 하거나 대화를 지속할 수 있도록 연결부탁을 함으로써 직장 상사/동료와의 관계를 좀 더 긍정적으로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모 회사에서 교육할 때인데 사내에서 듣기 싫은 소리를 조사했더니

 

밥값은 해라”, “회사 나가면 춥다”, “네가 하는 일보다 월급이 많지?” 와 같은 말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분은 밤새워 상사가 원하는 보고서를 써갔는데 너는 시키는 것만 하고 네 생각은 없냐?”해서 다시 한나절 시간을 써서 고친 뒤 설명했더니 어디다 꼬박꼬박 말대꾸야?”라고 하시는 바람에 사표 내고 싶은걸 꾹 참고 하루하루 살아간다고 하더군요.

 

우리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내가 힘들거나 능력이 안 되는 것도 해주고 싶고, 내 마음을 몰라주거나 나를 비난하는 사람에게는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하기 싫고 안 하게 되는데 회사 일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관심을 갖고 상대의 고충에 공감해줄 때 비로서 마음을 열리게 되고 그렇게 공감해 주는 상대방에게 요구받은 것 보다 더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습니다.

 

이렇게 비폭력대화는 조직 내에서 일의 시너지를 일으키는 원천이 됩니다.

 

 

  2. 이 대화법은 많은 연습과 대화법에 대한 이해가 필요해 보인다. 익숙해 질 수 있는 팁이 있다면?

 

익숙해질 수 있는 팁이라면 무조건 연습하고 또 연습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습니다. 혹시 답이 너무 좌절스러우신가요? (웃음) 그런데 연습이 너무 중요해서 저희 비폭력대화센터에서는 기본교육과정인 NVC1을 마치고 나면 참가할 수 있는 연습모임을 여러 개 개설을 해놓고 있고 적극적인 참여를 권장하고 있습니다.

 

직장을 다니시는 분은 연습모임에 나가기 어려우실 텐데 그럴 때 개인 연습하실 수 있는 팁을 드린다면 하루 서너 번 휴대폰을 통해 알람이 울리게 하고 벨이 울리면 잠시 멈추어서는 마음 속으로 지금 내 느낌은? 그리고 지금 내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지?”라고 자문해보시기를 바랍니다. 하시다 보면 아주 짧은 명상이 될텐데요,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또 하나는 평가하는 습관에서 벗어나 관찰로 보는 연습을 하시는 건데 우리가 살아가면서 수시로 올라오는 평가를 관찰로 바꿔보는 것을 자주 하시다 보면 실천이 되실 겁니다. 예를 들어 인도에 주차한 차를 보면서 뭐야? 이렇게 몰지각하다니!”라는 생각이 올라올 때 관찰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서 흰색 자동차가 스타벅스 앞 인도에 주차되어 있다이렇게 말을 바꿔보시는 것입니다. 이런 연습에 익숙해 지면 자연스럽게 다음 단계인 느낌 말하기/욕구 알아차리기/부탁하기 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3. 비폭력 대화를 좀 더 자세히 공부하고자 하는 분들은 어디로 연락하면 되나? 혹시 추천 도서가 있다면 함께 부탁드립니다.

 

아주 반가운 질문인데요, 저는 전국민이 비폭력대화를 배우고 익혀서 대한민국이 조금이라도 더 평화로워지기를 바랍니다.

 

공부하시고 싶으신 분은 한국비폭력대화센터 (www. krnvc.org)/02-325-5586로 연락 주시면 됩니다. 동영상으로 미리 경험을 하고 싶은 분들은 Youtube에서도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추천도서로는

(1) 비폭력대화(마샬 로젠버그/한국NVC출판사)

(2) 아이는 사춘기 엄마는 성장기(이윤정/한겨레 에듀)

(3) 자녀가 싫어라고 말할때/인발카스탄/한국NVC출판사)

(4) 공감의 시대(제레미레프킨/민음사) 등이 있습니다.

 

*2015년 서울시 부모온라인교육영상: https://youtu.be/4SaLqrmuxgc

*맛보기 영상보기 (', 아프냐? 나도 아프다!'): http://youtu.be/Pfl8pMRNLiM

*MBC라디오 세상을 바꾸는 생각:

http://www.youtube.com/watch?v=zb97rl7ZXlo&feature=player_embedded

*신애라의 필통스쿨: http://pod.ssenhosting.com/rss/grapepr.xml

 

  현대자동차 전자사보, 황순형 책임연구원 / 한국NVC센터 이윤정